책상 한 켠에 묵묵히 놓여있는 지우개. 우리는 흔히 그 존재를 잊고 살아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우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새하얀 모습으로 처음 우리 손에 들어왔던 지우개는 시간이 지날수록 흑연 가루를 뒤집어쓰고 모서리가 닳아 뭉툭해집니다. 완벽한 모습은 사라지고, 오직 땀과 노력의 흔적만이 남는 것이죠.
지우개는 우리의 실수와 마주하는 용기를 상징합니다. 완벽을 추구하며 나아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오류들을 쿨하게 인정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입니다. 지우개가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좌절과 절망을 맛봤을까요? 수정테이프나 화이트처럼 깔끔하게 흔적을 지워주는 도구들도 있지만, 지우개만이 가진 특유의 질감과 향기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며, 마치 인생의 쓴 맛을 겪고 성장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문득 지우개에 묻은 흑연 가루들을 바라봅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를 지우며 흘렸을 아이의 땀방울,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초조한 마음으로 문제를 풀다 생긴 자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할 편지를 쓰다 망쳐버린 흔적… 지우개는 단순히 글자를 지우는 도구를 넘어, 우리의 추억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타임캡슐과 같습니다.
오늘, 당신의 책상 위에 놓인 지우개를 한 번 살펴보세요. 그 뭉툭하고 더러워진 모습 속에 담긴 당신의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당신을 더욱 성장시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줄 것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수많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겠지만, 우리 곁에는 언제나 묵묵히 우리의 흔적을 지워주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주는 지우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